차무진 작가의 작품 세계

소보로
2025-12-04

2024-2025년에 걸쳐 이루어진 경원동# 북로커 프로젝트의 마지막 주인공은 차무진 작가입니다. 소설가라는 한마디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작가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전업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죠. 차무진 작가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단편, 장편 소설을 비롯해 웹툰이나 시나리오, 게임 기획 등 스토리를 기반한 장르라면 종횡무진 활보하며 독자를 사로잡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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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첫 질문에서 소설가가 된 연유를 묻자 “회사 다니는 게 너무 재미없었어요.”라면서 청중들의 웃음과 공감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다니는 게 재미없다고 덜컥 회사를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어 그는 2010년 회사원이던 삶을 접고 첫 장편을 들고 문학의 세계로 뛰어들던 순간을 되짚었습니다. “장편 하나 탈고했고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였죠. 이걸로 타워팰리스로 이사 갈 수 있겠구나, 했죠.” 하지만 그렇게 됐을 리가 없었지요. 문학의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을 겁니다. 창비 장편소설상 최종심에서 미끄러져 결국 첫 장편은 세상에 선보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정세랑 작가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결과는 냉정했지요. 작가를 꿈꾸는 대부분은 이 대목에서 포기하고 맙니다. 사실 장편 소설 하나를 탈고한 것도 엄청 대단한 일이지만 계속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쓴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성취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으로 고난의 행진을 이었던 과거의 이야기에서 화제가 어느새 융 심리학으로 넘어갔습니다. “남자에게는 아니마, 여자에게는 아니무스가 있죠.” 30대 초반, 무의식이 끓어올라 회사를 그만둔 것도 그 때문이라며 자연스럽게 그가 천착하는 작품 세계로 청중을 이끌었습니다. 첫 장편은 『김유신의 머리일까?』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김유신 장군의 묘는 김유신의 묘가 아닐 수도 있다는 학술 논문에서 출발한 역사 팩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작 『여우의 계절』도 귀주대첩 직전 사흘 동안 벌어졌을 법한 미스터리를 토대로 상상한 역사 스릴러인데 JTBC 다큐 제작에 참여하며 얻은 고려사 연구 경험이 작품의 뼈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차무진 작가는 역사에 해박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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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르 문학계에서는 여러 재미있는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몇 명의 작가가 하나의 키워드를 놓고 앤솔러지 소설집을 내는 일이 많아지고 있으며 영상화로 이어지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웹툰이나 웹소설의 영화화 또는 드라마화가 빈번이 이뤄지고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가 일상화하면서 흔히 IP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작가에게 새로운 기회라고 할 수 있지요.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매체를 달리하면서 작가의 창작물이 다양하게 변주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선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무진 작가도 최근에 단편집 『아폴론 저축은행』에서 ‘아폴론 저축은행’ 편이 웹툰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얻고 있지요. 누구나 남은 일생 동안 벌어들일 수익의 규모, 즉 미래의 잔액을 보고 대출해주는 은행이 있는데, 작가 지망생이자 신용불량자인 주인공이 10억을 빌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폴론 저축은행’의 기본 설정입니다. 하지만 단편 소설을 장편의 웹툰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단편에는 없는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거나 새로운 이야기로 학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차무진 작가는 단추 하나 만들었더니 옷 전체를 새로 지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웃으면서 말했지만, 각색 과정이 또 다른 즐거움을 줬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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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작품은 역시 『인 더 백』이었습니다. 식인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친 후 폐허가 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아버지가 다친 여섯 살 아들을 배낭에 태우고 대구로 가는 이야기입니다. 차무진 작가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소설입니다. 이 작품 역시 영화화가 일찍이 결정된 작품이지요. 최근 한국 영화계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언젠가 스크린에서 만날 날이 반드시 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한편, 차무진 작가는 작품도 인기가 있지만 작가를 꿈꾸는, 아니면 이미 작가인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기도 합니다. 이유는 멋진 외모를 가졌기도 하지만 (웃음) 그가 쓴 작법서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의 위력에 있습니다. 시중에 수많은 작법서가 나와 있지만 주인공이 아니라 ‘빌런’을 내세워 결국은 주인공뿐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의 캐릭터를 강화하고 스토리를 더욱 입체적으로 강화하는 작법서는 이 책이 유일합니다. 이 책 덕분에 스토리 강의 요청도 많다고 합니다.

강연 말미엔 의외로 음악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그의 작업은 클래식 음악과 함께라고 합니다. “브루크너 7번을 처음 들었을 때 바다에 떠 있는 기분이었어요.” 이전 작업실이 너무 좁아 누울 곳조차 없던 시절, 그는 CD를 모으며 클래식과 우정을 쌓았다고 합니다. 끝으로 차무진 작가는 창작을 “평생 업보처럼 따라오는 일”이라 표현하면서 창작의 고됨을 토로했지만, 그 표정은 오히려 단단해 보였습니다. 앞으로는 차무진 작가의 세상이 반드시 오리라 예감할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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